신조 패러독스'라는 신조어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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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1 23:37
글쓴이: 문관현
'신조 패러독스'라는 신조어를 아시나요?
북한군 특수부대원 31명이 청와대 정문 300m 지점까지 침투한 1·21사태를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시 이들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우리 군경과 민간인 총 31명이 희생됐다는 사실을 아는 국방 전문가도 찾아보기 힘들다.(국방사건사 제1집, 120쪽)
경기도 연천군은 김신조 일당이 철책을 잘라낸 남방한계선 지점을 콕 찝어 북한군 실물크기 동상을 세우고 1·21 역사공원을 만들었고(위 사진), 국방부는 경기도 파주시에 적군묘지를 만들어 당시 사망한 이들을 안장해줬다. 심지어 서울지방경찰청은 길을 잃고 헤매던 이들이 숨어있던 북한산 사모바위 동굴에까지 동상을 만들어줬다.(아래 왼쪽 사진)
더욱 심각한 현상은 북한군 정찰국 소속 124군부대가 시속 12km 속도로 험준한 산맥을 뛰어다니고 우리 군의 포위망도 유유히 빠져나가는 등 신출귀몰한 존재처럼 부각시켰다. 김신조 자서전을 보면 4단계 속도로 산악 행군을 했는데 가장 무난한 구간에서 가능했다고 보면 된다.
우리 측 희생자 31명 가운데 유일하게 최규식 종로경찰서장의 동상만 자하문터널 입구에 세워져 있다. 그것도 사망지점(경복고 삼거리)에서 무려 885m 떨어진 지점이라 실제 상황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하고 있다.
북한군 124군부대가 1968년 1월 청와대, 10월말 울진·삼척지구에 침투했다는 사실을 초등학생들도 알지만 같은 해 9월 경기도 파주에서 124군 침투조 전원을 몰살시킨 9·19 용산리대첩은 알고 있을까?
하필이면 격돌지점이 김신조 침투현장과 적군묘지 중간에 위치한다. 그런데 용산리대첩 현장을 찾아가보니 무성했던 갈대밭은 농토로 개간되고 현장에는 트랙터가 연기를 뿜으며 왔다갔다 하는 실정이다.(아래 오른쪽 사진)
도대체 누구를 추모하고 무엇을 기억해야 한단 말인가? 김신조 자신도 작전 실패를 자인했고, 화가 난 김일성은 신생 124군부대를 1969년 1월 해체해 버리고 특수8군단으로 조직을 개편했는데 대한민국 자차단체들과 사법기관이 오히려 패잔병들을 찬양·고무하고 있다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아군이 아닌 적군을, 승자가 아닌 패자를 기억하는 우스꽝스러운 '신조 패러독스(Shin-jo Paradox)'를 누가 만들어 어떻게 배포했는지 모르지만 지독한 생명력을 지니고 확산되는 추세다. 술자리 무용담 수준을 넘지 못하는 대한민국 보훈정책이 아쉬울 따름이다. 국뽕주의도 싫지만 패배주의에 젖은 안보관이야말로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