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만 대접 받습니다..?"


"한국 사람만 대접 받습니다..?" 해외 교민들이 체감한 K-여권 파워의 급상승
2025. 12. 12.
"BTS 좋아해요!" 공항 직원이 먼저 건네는 인사
"10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했어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교민 김모 씨는 최근 겪은 변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공항에서 한국 여권을 내밀자 직원이 환한 미소와 함께 "BTS 좋아해요!"라며 엄지를 치켜세웠기 때문입니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세관에서 한국 여권을 보던 직원들은 북한과 혼동하거나 동남아 국가로 착각하기 일쑤였습니다.
190개국 무비자, 숫자로 증명된 여권 파워
2025년 헨리 여권 지수에서 한국은 싱가포르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랐습니다. 190개국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는 수치는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국가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이 됩니다. 1위는 일본이 193개국으로 차지했지만, 한국은 2020년부터 꾸준히 2~3위권을 유지하며 여권 강국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 봤어요!" 달라진 현지인들의 반응
그러나 숫자보다 더 극적인 변화는 해외 현장에서 체감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재불 교포 이모 씨는 "예전엔 한국인이라고 하면 '아, 삼성?'이라는 반응이 전부였는데, 요즘은 '오징어 게임 봤어요!' '기생충 최고였어요!'라며 먼저 말을 겁니다"라고 전합니다. 2021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 1억 1천만 가구가 시청하며 역대 최다 시청 기록을 세웠고, 2020년 '기생충'은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문화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베트남부터 중동까지, K-콘텐츠가 바꾼 인식
한류가 만든 마법 같은 변화는 일상 곳곳에서 목격됩니다. 베트남 호치민의 한인회 관계자는 "20년 전 한류 초창기와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며 "'대장금' 시절엔 신기한 눈으로 봤다면, 이제는 BTS와 블랙핑크 덕분에 한국이 '쿨한 나라'로 인식됩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2024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로 'K팝'이 8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66.1%가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중동 지역의 변화가 두드러집니다. 아랍에미리트와 인도에서는 85% 이상이 K-콘텐츠를 접한 후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답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BTS 콘서트에서는 12~13세 소녀들이 "한국어를 4년, 2년 공부했다"며 서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고, "방탄소년단이 우리의 삶을 바꿔놓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김치와 떡볶이가 '쿨한 음식'이 된 시대
교민들이 체감하는 대우의 변화는 구체적입니다. 캐나다 토론토의 교민 박모 씨는 "현지 학교에서 한국 음식 페스티벌을 하자고 먼저 제안할 정도"라며 "김치와 떡볶이가 더 이상 '이상한 음식'이 아니라 '쿨한 음식'으로 여겨집니다"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의 35.6%가 30세 이하 젊은 층이며, 이들은 K-드라마에 나온 기사식당과 포장마차를 찾아다니는 등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하려는 열망을 보입니다.
'아시아 대표'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물론 여전히 과제도 남아 있습니다. 노마드캐피탈리스트가 발표한 종합 여권 가치 평가에서 한국은 39위에 머물렀는데, 이는 세금 정책과 이중국적 제한 등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하지만 무비자 입국이라는 실질적 여행 자유도에서 한국은 단연 최상위권입니다.
해외 교민들은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한국 사람이라는 게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 있구나." 1990년대만 해도 해외에서 한국인은 일본과 중국 사이의 '작은 나라' 출신으로 취급받았습니다. 2010년대에도 선진국이라기보다 '중진국' 정도로 인식됐죠. 하지만 2020년대 들어 BTS, 블랙핑크, '기생충', '오징어 게임',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이어지는 문화적 파급력은 한국을 '아시아 대표'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끌어올렸습니다.
프랑스에서 판소리를 공부하는 로르 씨는 "한국 문화에 빠져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행을 택했다"며 "프랑스인들에게 한국 노래와 판소리를 알리는 것이 제 꿈"이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K-문화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한국인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높이는 국가 자산이 됐습니다. 헨리 여권 지수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숫자 뒤에 숨겨진 '문화의 힘'이 진짜 여권 파워를 만들어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