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연료만 달라는데 “잠수함 미국에서 만들라”…건조 장소부터 샅바싸움
권혁철 기자2025. 10. 30. 20:36
핵잠수함 추진 첫발…과제 수두룩
지난 22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에서 열린 장영실함 진수식에서 강동길 해군참모총장,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변광용 거제시장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에서 열린 장영실함 진수식에서 강동길 해군참모총장,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변광용 거제시장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하면서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의 첫발을 뗐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핵잠수함 건조 과정에서 건조 장소와 기술 이전, 핵연료 도입 등 구체적인 방식 등을 놓고 한·미 양국의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은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핵잠수함을 건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잠수함 선체 건조 기술과 소형 원자료 제조 기술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핵연료만 주면 핵추진 잠수함을 국내에서 자체 건조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으로 궤도 수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통령실이 이날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밝혀, 미국과의 기술 협력을 통한 건조나 미국으로부터의 직도입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미국이 건조한 핵 추진 잠수함을 국내로 가져오는 직도입 방식은 한국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건조, 유지·보수, 교체 비용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미국 버지니아급(7925t) 핵 추진 잠수함의 건조 비용은 1척에 3조원에 이른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최소 4척 이상 필요하다고 했는데, 미국 직도입 방식을 적용하면 12조원이 들 수 있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자체 건조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실전 배치까지 10년 넘게 걸릴 수 있다. 이걸 단축하고 기술 이전을 효과적으로 하는 게 한-미 협력에 좋다”고 말했다. 자체 건조가 아니더라도 건조 과정에 최대한 참여해 기술 이전 등을 통해 핵 추진 잠수함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장은 필리조선소가 미국 법인이긴 하지만 한화오션이 인수했으니 여기서 잠수함을 만들어도 자체 건조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핵연료 확보 방식도 논쟁이 일 수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서 한국이 사용후 핵연료 농축과 재처리 시설을 보유하면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당장 협정 개정이 어렵다면 당분간 미국이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줘야 한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핵연료 확보와 관련해 “평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면 (우라늄) 농축 정도가 20% 이하 정도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 틀 안에서 가능한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군사적 목적 배제’ 항목을 빼거나, 별도 협정을 체결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기존 한-미 원자력협정을 벗어나 핵 추진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별도의 협정이 양국 간에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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