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은 양측 모두에 천문학적인 인명 및 재산 피해를 가져왔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만 최소 7000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어린이 희생자도 438명에 이른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지난해 11월 “양국 군인의 합계 사망자 또한 2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현 시점에서는 이보다 더 늘어났을 것이 확실시된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 4100만 명 중 약 33%(1340만 명)가 거주지를 잃고 난민 신세가 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인 805만 명이 해외로 떠났다. 미 뉴욕타임스(NYT)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내 최대 난민 사태”라고 평한 이유다.
세계 각국도 심각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쟁으로 식량과 비료 가격이 치솟아 전 세계에서 최소 3억4500만 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전쟁이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세계 경제 역시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 9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번 전쟁으로 올해 말까지 약 2년간 세계 경제에 약 2조8000억 달러(약 3350조 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는 당초 2, 3일 만에 우크라이나 전체를 점령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침공 직후에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25%를 가져갔다. 하지만 전차, 미사일, 무인기 등 서방의 무기 지원이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체 영토의 83.4%를 수복했다고 밝혔다.
예상외로 길어진 전쟁에 초조해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기간 시설을 닥치는 대로 파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 내 전력 시설의 50%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최소 900만 명이 난방 없이 겨울을 났다.
침공 직후인 지난해 3월 유엔 총회에서는 러시아의 침공 규탄 및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전체 193개 회원국 중 141개국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당시 러시아 북한 시리아 등이 반대했고 중국은 기권했다.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고 국제 금융체계에서 러시아를 퇴출시켰다. EU는 이달 중 10차 제재를 단행한다.
이번 전쟁으로 지구의 종말 또한 대폭 앞당겨졌다는 비관론도 등장했다. 지난달 24일 미국 핵과학자회(BAS)는 ‘지구 종말의 날 시계’를 기존 100초 전에서 90초로 10초 앞당겼다. 러시아의 핵 위협, 침공 후폭풍에 따른 에너지값 급등 등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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