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 논의의 이면 전작권

글쓴이, 주은식
전환 논의의 이면 전작권
한미동맹은 주한미군을 근간으로 한다. 최근들어 미중 간 패권경쟁으로 생겨난 여파가 한미관계의 기본축인 주한미군의 위상과 역할을 둘러싸고 파문이 일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한국의 수호천사로 한국인들이 생각했던 주한미군이 실상은 미국의 이익 수호집단이었고 미국의 외교를 뒷받침한 수단이었음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는 사실이다.
‘능력’이라는 단어가 던지는 신호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의 기자회견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능력 중심의 주한미군 운용’이라는 원론적 메시지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속을 들여다보면, 전작권 전환과 맞물린 주한미군 재배치 가능성, 나아가 동맹 구조의 변화라는 묵직한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숫자가 아닌 능력? —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코드
브런슨 사령관은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닌 능력”이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 전력 감축 의도가 없음을 강조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상 주한미군 병력 수를 고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은연 중에 담고 있다. 미 의회가 법으로 28,500명 이하로 감축을 금지했고 어떤 부대 감축이나 전환에 예산을 사용할 수 없다고 법으로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능력 유지’를 명분으로 특정 병력이나 장비를 한반도 밖으로 재배치하는 길을 열어둔 셈이다.
이런 발언은 ‘전략적 유연성’ 개념과 직결된다. 과거에도 주한미군 일부 부대가 중동·유럽 등 다른 전장으로 전환 배치된 전례가 있는데 이라크전시 미 2사단 2여단은 파병되었다가 한반도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번에도 중동 파견 패트리엇 포대 사례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전작권 전환과 주한미군 재배치의 연결고리
전작권 전환은 단순히 지휘권 문제를 넘어 한미연합 방위체계의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다.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게 되면, 미국 입장에서는 주한미군을 ‘지원 전력’ 성격으로 재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이 경우 병력 상주보다 필요한 시점에 투입·철수 가능한 ‘순환 배치’ 체계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진다.
브런슨 사령관이 “지름길을 택하면 준비 태세를 위태롭게 한다”고 한 것은, 조건 미충족 상태에서 전작권 전환을 서두를 경우 미군 측에서 상주 병력 유지의 필요성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될 수 있다. 인태전략의 관점에서 일본을 이미 주력기지로 생각하고 있고 필리핀 기지에 재배치할 부대가 필요한데 그 부대를 한반도에서 차출하겠다는 의사표현을 달리 했을 뿐이다. 이 부대를 충원할 곳이 마땅히 없다는 뜻이다. 이는 전작권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더욱 현실성이 높아진다. 지휘권이 한국으로 넘어간 이후 미군이 굳이 대규모 상주 전력을 유지할 필요성은 약화되기 때문이다.
미군의 ‘숨은 의도’ — 글로벌 전력 재배치
미국은 현재 인도·태평양 전략과 유럽·중동 방위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다. 특히 대중국 견제를 위한 전력 집중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일부를 보다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숫자가 아닌 능력’이라는 표현은 병력 감축에 대한 한국 내 반발을 최소화하면서도, 전력을 필요 지역으로 돌릴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다.
그 말을 달리 쉽게 풀어쓰면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는데 필요한 방위비는 한국이 부담하되 전력운영은 미국이 알아서 하겠다는 뜻이다. 전적으로 한반도에만 주둔한다면 미국이 이런 말을 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비용부담을 증액 요구하더라도 우리가 거부할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그럴 경우 우리가 오히려 주둔비를 부담할 게 아니라 체류비용을 받아야한다는 인식을 하고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8월 25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미 트럼프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한 확고한 대답을 듣고자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이 이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논의의 핵심 사안이 될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들이밀면서 한국이 어려울 때 미국이 일방적으로 도와 주었으니 이제는 잘 살게된 한국이 비용을 부담하고 보답하라는 논리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한미동맹의 균형과 한국의 과제
브런슨 사령관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반드시 미국과 함께해야 한다는 기정사실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는 ‘대만 지원’ 대신 ‘한반도 방위에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즉, 미군이 떠난 자리를 한국군이 채워야 한다는 압박이다. 한국 입장에서 전작권 전환은 자주국방의 상징이지만, 준비 없이 이를 서두르면 한반도 방위 공백이 현실화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한 ‘전환 일정’보다 전력 구조와 동맹 내 역할 재조정을 냉정하게 설계해야 한다.
브런슨 주장이 현실화될 때 군사적 위험 요소
상시 주둔군은 전쟁 억제의 ‘물리적 신호’ 역할을 하는데 전략적 유연성을 가진 부대로 기능시 전쟁 억제력이 약화되며 병력 축소·순환 전환 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상승하며 한반도에 전개 시간이 지연될뿐 아니라 해외 기지에서 한반도 투입까지 최소 24~72시간 소요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초기 피해 최소화를 위해 한국군 독자 대응 능력이 필수적이다. 전력 공백의 국내 부담이 증가하며 미군 방공·정찰 전력 공백 시, 한국군이 즉각 대응해야 하고 고가의 무기체계 도입·운용비용 부담 증가한다. 즉 이 부분을 메꾸기 위해 미국의 무기를 구매하라는 압력이 증가한다.
한국의 대응 전략
조건부 전작권 전환 원칙 유지: 정치적 일정보다 군사적 조건 충족을 우선해야 한다.
대체 전력 확보: 장거리 정밀타격, 통합방공망, ISR(정보·감시·정찰) 능력 강화해야 한다.
연합작전 훈련 강화: 순환 배치 체계에서도 연합 억제력 유지할 수 있는 훈련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다층 방위구조 설계: 상시 주둔 미군 축소 시, 한·미·일 다자방위 네트워크로 억제력을 보완해야한다. 달리 말하면 한미일 방위조약에 근접해야 한다.
‘능력’의 함정에 대비해야
‘능력 중심’이라는 표현은 듣기에는 합리적이지만, 실제로는 상주 전력 축소와 동맹 재편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 미군의 숨은 의도는 병력 감축이 아니라 상시 주둔 체제를 순환·재배치 체제로 바꾸는 것이며, 이는 전작권 전환이 그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자주국방을 향한 길에서, 전력 공백을 메울 능력을 확충하지 않는 한 ‘능력’이라는 미명 아래 주한미군의 역할이 축소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작권 전환의 정치적 성과가 아니라, 감축 이후에도 한반도 억제력을 유지할 수 있는 냉정한 전략 설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