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와 한·미 동맹의 미래

공개게시판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와 한·미 동맹의 미래

공작새 0 33 08.12 16:18
다음 글은 한국전략문제연구소에서 월1회 발행하는 ‘크리스 리포트 8월호’와 같은 제목의 분석인데 회원들에게 배포되는 보고서의 핵심 요약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와 한·미 동맹 재편 전망을 분석했는데 부소장 정춘일 박사가 집필하고 있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와 한·미 동맹의 미래

중국 견제, 한반도 안보, 그리고 우리의 선택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더욱 선명해졌다.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대만해협·남중국해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주한미군의 임무를 단순한 ‘대북 억지’에 묶어두지 않고 역외 작전까지 확장하는 ‘전략적 유연성’ 강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한·미 동맹의 성격, 구조, 그리고 한국의 안보·외교 전략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수레바퀴에서 격자형으로, 변화하는 동맹 구조
미국은 전후 수십 년간 일본·한국·호주·필리핀과 각각의 양자 동맹을 ‘수레바퀴형(Hub & Spoke)’으로 유지해왔다. 그러나 중국의 A2AD(반접근·지역거부) 전략과 도련선 방어 강화는 이 구도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에 미국은 동맹국 간 수평 협력을 확대하는 ‘격자형 네트워크’로 전환, 한·미·일 3각 안보, QUAD, AUKUS 등 다자안보망을 연결해 서태평양 전역에서 유연한 연합 타격·방어망을 구축하려 한다.

도련선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
서태평양에서 미·중 경쟁의 핵심은 일본 규슈–대만–필리핀을 잇는 제1도련선이다. 중국은 이를 ‘해상 실크로드’와 내해 방어의 최전선으로 보고, 항모·미사일·잠수함 전력을 집중시킨다. 반대로 미국은 이 선을 돌파해야만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자유로운 작전이 가능하다. 한반도는 제1도련선 북단에 위치한 전략 거점으로, 주한미군은 도련선 돌파 작전의 발진기지이자 감시·관측·병참 허브가 될 수 있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의 실체
전략적 유연성은 병력의 숫자보다 ‘능력’과 ‘기동성’에 초점을 둔다. 미국은 대규모 육군 병력을 줄이는 대신, F-35, 극초음속 무기, SM-6 등 첨단 전력을 배치하고, 분산·다영역 작전 개념을 적용한다. 평택 캠프 험프리스는 세계 최대 규모 미군 기지로, 역외 신속 전개와 재보급의 거점으로 활용 가능하다. 주한미군 전력은 대만 유사시 초기 ISR(정보·감시·정찰), 전자전, 방공망 제압 등 제한된 직접 전투 지원과 후방 병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동맹 현대화와 한국의 과제
주한미군의 역할 확장은 한·미 동맹을 ‘북한 억지 동맹’에서 ‘중국 견제 동맹’으로 전환시킨다. 이는 한국에 세 가지 과제를 던진다.

첫째, 대북 억지 공백 방지다. 주한미군 일부가 역외 작전에 투입되더라도 한반도 방어가 흔들리지 않도록 한국군 독자 방위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전략적 자율성 확보다. 장거리 정밀타격, C4ISR, 미사일 방어망을 고도화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에도 주도권을 유지해야 한다.

셋째, 외교적 균형이다.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한국이 과도하게 한쪽에 기울면 경제·외교적 비용이 커진다. 동맹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불필요한 군사적 충돌을 최소화하는 정교한 외교가 필요하다.

방위비 분담과 한·미·일 연계
미국은 동맹 현대화 명분 아래 방위비 분담 증액과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GDP 대비 5% 수준, 연간 최대 100억 달러까지 거론한 바 있다. 동시에 주한미군-주일미군-괌을 잇는 작전 연동성 강화, 정보 공유, 미사일 경보 체계 통합 등 한·미·일 안보 협력이 심화될 전망이다.

전략적 선택의 시점
전략적 유연성은 한·미 동맹의 힘을 확대하는 동시에, 한국을 더 깊숙이 미·중 경쟁의 전선에 끌어들일 수 있다. 대만해협 위기나 남중국해 분쟁에서 한국의 기여 수준은 향후 외교·안보 정책의 뜨거운 쟁점이 될 것이다. 한국은 ‘참여 여부’보다 ‘참여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 즉, 한반도 안보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동맹 의무를 이행하고,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는 전략적 설계가 필요하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는 이미 시작된 변화다. 병력 규모보다 능력과 기동성을 중시하는 시대, 한반도는 서태평양 전략의 닻이자, 미·중 경쟁의 전위에 놓인다. 한국이 이 변화 속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국방 자강과 외교 균형을 병행하며, 동맹 현대화의 조건과 범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결국, 우리의 안보를 지키는 힘은 ‘미국의 힘’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준비한 힘’ 위에서만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