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장의 항변
공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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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5 09:43
- 국가보훈처장의 항변 -
<참전용사들은 학살자가 아닙니다>
최근박민식 KBS가 한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월남전 참전용사 모두를 학살자인 양 매도하는 편파적인 방송을 했습니다.
어느 피해자 일방의 목소리 만을 전달하고,
그것이 전부인 양 방송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하였습니다.
수신료를 받아 운영되는 국민의 방송 KBS가
대한민국 국민 32만5천 명을 학살자로 모는 현실에서,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은 KBS 수신료 고지서를 받고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요?
적어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이라면,
전쟁의 비극을 이분법적으로 재단하고,
전쟁의 한 단면만을 침소봉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전쟁은 그렇듯 간단히 설명될 수 없고,
어느 한쪽의 경험과 기억만으로 치환될 수도 없습니다.
전쟁에 대한 기억은 그것이 영광의 기억이든, 고통의 기억이든
우리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긴 채 여전히 현재성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무분별하고 불공정한 보도를 통해
선정적으로 소환되고 소비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보다 큰 틀에서 전쟁의 비극을 성찰하고,
공동체 모두의 아픔을 진지하게 보듬어야 합니다.
전쟁의 복합적인 양상과 다층적인 국면을 알지 못한 채,
단편적인 이해로 섣불리 접근한다면 공동체의 미래에도 큰 해악을 끼치게 됩니다.
참전용사들도 전쟁 영웅이기에 앞서, 전쟁 피해자들입니다!
나라의 부름에 젊음과 생을 바치고, 조국 발전에 밑거름이 된 희생자들입니다.
그런 점에서, 32만5천 명의 월남전 참전유공자와 그 가족 모두를 욕보인 KBS '시사멘터리 추적'팀에게 정중한 사과를 요청합니다.
아울러 국가보훈처장이기 전에,
월남 참전 전사자의 아들로서 한마디 덧붙입니다.
저는 7살 때, 아버지를 월남전에서 여의었습니다.
아버지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늘 나라 위해 싸우다가 돌아가신, 저의 영웅이셨습니다.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건 그런 아버지 덕분입니다.
제가 학살자의 아들이 아니라, 참전 영웅의 아들이듯,
대한민국 32만5천 명의 젊은 장병들도
국가의 부름에 한 번뿐인 청춘을 바친 영웅들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