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지만'' 공장을 지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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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지만'' 공장을 지어주자

공작새 0 9 12.20 23:04
''한국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지만'' 공장을 지어주자 한국과 도원결의한 '이 나라'
2025. 12. 16.

파산 직전 공장이 한국을 불렀다

서아프리카 세네갈에서 한때 지역 경제의 짐처럼 취급되던 참치 가공 공장이 있었다. 적자 누적으로 파산 위기에 몰렸고, 기업이 바뀐다는 소식이 들리자 현지 직원들이 가장 먼저 떠올린 건 구조조정과 해고였다. 외국 자본이 들어오면 “사람부터 줄인다”는 경험이 누적돼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이 공장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분위기는 기대보다 불안이 컸다.

그런데 동원그룹은 인수 이후 예상과 다른 선택을 했다. 해고를 단행하지 않고 기존 인력을 그대로 유지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고용 유지가 단순한 선의가 아니라, 공장의 정상화 과정에서 숙련 인력과 작업팀의 연속성이 생산성과 직결된다는 판단과 맞물렸다는 점이다. 가공 공장은 설비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원료가 들어오는 시점부터 가공과 검사, 포장과 출하까지 사람의 손과 팀워크가 공정의 품질을 지탱한다. 인수 직후 인력이 흔들리면 공정이 흔들리고 납기가 흔들리며, 그 순간 공장은 다시 적자로 돌아가기 쉽다.

해고 대신 복지, 직원들이 먼저 놀랐다

동원그룹이 현지에서 신뢰를 얻은 시작점은 ‘해고를 안 했다’는 사실만이 아니었다. 한국 본사의 복지 체계를 현지 실정에 맞게 이식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급여 체계와 근무 환경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현지 직원들이 체감한 변화는 “월급이 조금 올랐다” 같은 단편이 아니라, 회사가 노동력을 비용이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대한다는 메시지였다.

기업이 바뀌면 흔히 나타나는 장면은 관리 강도가 높아지고, 통제는 늘어나고, 현장 의견은 약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례에서는 ‘직원과 가족’까지 고려하는 경영 기조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일터에서의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조직은 안정된다. 안정된 조직은 숙련이 쌓이고, 숙련은 생산성을 만든다. 공장 정상화의 출발점은 결국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이 여기서 드러난다.

경조사 지원이 만든 ‘관계의 전환’

현지에서 특히 큰 반향을 일으킨 장면은 한국식 경조사 지원 문화가 도입된 부분이었다. 직원 가족의 결혼이나 장례가 있을 때 회사가 직접 지원에 나섰고,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오지 마을까지 한국과 현지 관리자들이 찾아가 장례를 함께 치렀다는 이야기는 단순한 미담으로 소비되기 어려운 무게를 가진다.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장례는 가족·친족·마을 공동체의 결속을 확인하는 사건이고, 이때 함께해 준다는 행위는 ‘나를 한 사람으로 인정했다’는 감정적 신뢰로 이어지기 쉽다.

이 변화는 직원들이 회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 놓는다. 기존에는 회사가 임금을 주고 노동을 사는 관계였다면, 이후에는 회사가 공동체의 고비에도 함께 들어오는 존재가 된다. 이때 생기는 소속감은 단순 충성심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규율과 품질, 이탈률과 결근률 같은 지표로도 번역된다. 경조사 지원은 복지 항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직 문화를 바꾸는 강한 장치가 된다.

흑자 전환과 고용 확대가 증명한 결과

조직이 안정되고 생산성이 회복되면 숫자로 결과가 나타난다. 이 공장은 적자 상태에서 인수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고, 세네갈 내 주요 수출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직원 수도 약 1700명에서 2500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며, 고용 안정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졌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좋은 일을 해서 칭찬받았다”가 아니라, 신뢰 구축이 실적과 연결됐다는 구조다. 공장이 흑자로 돌아서면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할 수 있고, 더 많은 물량은 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고용이 늘면 지역 경제에 돈이 돌고, 지역 경제가 살아나면 공장의 운영 환경도 좋아진다. 선순환이 만들어지면 외국 기업은 단순 투자자가 아니라 지역의 경제 주체로 자리 잡는다.

대통령궁까지 이어진 ‘국가급 관심’의 배경

성과가 누적되자 동원그룹 경영진이 세네갈 대통령궁에 초청을 받는 등 국가 차원의 주목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세네갈 같은 국가에서 수출 기업은 단순한 민간 기업이 아니라 외화 수입과 고용을 동시에 책임지는 핵심 엔진으로 취급된다. 특히 파산 위기 공장이 고용을 늘리며 살아났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산업 부활 모델’로 소개할 이유가 생긴다.

그래서 “한국을 거들떠도 안 보던 나라가 공장 하나로 도원결의했다”는 표현이 나온다. 실제로는 감정적 동맹이라기보다, 한국 기업이 현지에 남긴 성과와 신뢰가 국가 레벨에서 외교·경제 관계의 재료가 된 것이다. 한 나라가 외국 기업을 환대하는 순간에는 대개 돈보다 일자리가 먼저 깔려 있고, 일자리보다 ‘약속을 지켰다’는 신뢰가 더 깊게 남는다.

신뢰로 연결된 동맹을 키우자

세네갈에서의 사례는 공장을 인수해 돌린 사건이 아니라, 현지 사회와의 관계를 다시 설계한 사건으로 볼 수 있다. 해고 대신 고용 유지를 택하고, 복지와 경조사 지원 같은 문화적 접점을 통해 조직의 신뢰를 회복하자 생산성과 실적이 뒤따랐고, 그 결과가 국가적 관심으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해외에서 오래 남는 것은 간판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방식이고, 그 방식이 수출과 확장의 기반이 된다. 이런 신뢰 기반의 동맹을 더 많이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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