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원폭의 1600배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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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원폭의 1600배 위력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워싱턴 선언’에서 미 전략 핵잠수함(SSBN)이 한국 항구에 기항하는 등 자주 전개할 것임을 밝힘에 따라 미 전략 핵잠수함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전략 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은 1980년대 이후 40여년 만에 처음이다.

미 정부 당국자는 앞으로 한국 항구에 기항하는 등 한반도에 전개될 미 전략 핵잠수함이 오하이오급(級)이라고 밝혔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함정을 전략 핵잠수함이라고 한다. 현재 전략 핵잠수함을 운용 중인 국가는 미국을 비롯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인도 등 6개국에 불과하다.

한반도 주변의 세 강국이 모두 전략 핵잠수함 보유 국가다. 전략 핵잠수함은 핵탄두 장착 SLBM 을 탑재해 유사시 상대방의 기습공격에 대해 반격(제2격)을 가하는 핵심 전략무기다. 잠수함이어서 탐지가 어렵고 생존성이 뛰어나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오하이오급은 현재 미국이 유일하게 운용중인 전략핵잠수함이다. 냉전 시절 구 소련에 맞서기 위해 트라이던트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24기를 탑재하는 전략 잠수함(SSBN)으로 만들어졌다. 1번함인 오하이오함이 1981년 미 해군에 배치된 뒤 같은 형의 잠수함이 1997년까지 총 17척이 추가건조됐다. 냉전 종식과 미·소 전략무기 감축협상, 그리고 대(對)테러전 증가라는 안보환경 및 미국 안보전략 변화에 따라 오하이오함을 비롯, 4척이 각각 4억 달러를 들여 154발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탑재하는 잠수함(SSGN)으로 2002년 이후 개조됐다. SSGN들은 핵탄두가 아닌 재래식 탄두를 단 토마호크 미사일들을 싣고 있다.

나머지 14척이 트라이던트Ⅱ(D-5) SLBM 24기를 탑재하는 SSBN으로 운용중이다. 오하이오급은1995년에 개봉된 영화 ‘크림슨 타이드(Crimson Tide)’의 주 무대가 됐던 잠수함이기도 하다. 트라이던트Ⅱ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1만2000㎞에 달한다. 미사일 한 발에는 8~14개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이 핵탄두 한 개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 5~20배의 위력을 갖고 있다.

오하이오급 한 척에는 트라이던트Ⅱ 미사일 24기가 실리기 때문에 그 총 위력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 1600발의 위력에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하는 수준이 아니라 ‘북한을 아예 지도에서 지워버릴 수 있는 위력’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2011년 이후엔 새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에 따라 트라이던트Ⅱ 탑재 숫자가 20기로 제한되고 미사일 위력도 줄었지만 오하이오급 한 척으로 여전히 북한 전역을 초토화할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2019년 이후엔 5~7킬로톤(kt)의 위력을 가진 신형 저위력 핵탄두 장착 트라이던트Ⅱ가 탑재되고 있다. 이는 히로시마 원폭 절반 이하의 위력으로 방사능 낙진 피해 등이 적어 유사시 북한에 실제로 쓸 수 있는 핵무기로 꼽힌다.  트라이던트Ⅱ 미사일 한 발당 가격은 300억원이 넘는다. 오하이오급은 길이 170m, 폭 12.8m, 수중 배수량 1만8750t에 달하는 대형 잠수함으로, 미 해군 잠수함 중 가장 크다.

미국은 오하이오급 14척을 이용해 태평양과 대서양에서 핵억지 작전을 하고 있고 이중 8척을 태평양에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핵 전문가인 한스 크리스텐슨, 로버트 노리스 박사는 이에 대해 “중국과 북한, 동러시아를 상대로 한 핵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잠수함은 한 척당 한 해 평균 2.5차례의 정찰 작전에 투입되며, 회당 작전 일수는 평균 70일 수준이지만 일부 작전은 100일 이상 걸린다고 한다.

미 전략 핵잠수함은 가장 중요하고 비싼 전략무기이기 때문에 적 가까이 가지 않고 먼거리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형태로 임무를 수행한다. 트라이던트Ⅱ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1만2000㎞에 달하기 때문에 굳이 동해까지 출동하지 않아도 북한이나 중국을 충분히 타격할 수 있다.

동해나 부산기지 등 우리나라 항구 가까이 출동하면 오히려 북한이나 중국 잠수함 등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군 소식통은 “미 오하이오급이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 항구에 기항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은 물론 한국 국민들에게 강력한 확장억제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 전략 핵잠수함이 극히 이례적으로 우리나라 항구에 여러 차례 모습을 보인 적도 있다. 1970년대 카터 행정부 시절 주한미군 철수(감축)로 인한 한국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1976년부터 1981년까지 미 전략 핵잠수함 9척이 진해항에 입항했었다. 당시 미 전략 핵잠수함들은 35차례나 진해항에 모습을 드러냈었다고 한다. 당시 진해항에 입항한 전략 핵잠수함들은 폴라리스 SLBM을 탑재한 조지워싱턴급 및 이산 알렌급이었다. 미국이 이번에 1980년대 초반 이후 처음으로 미 전략 핵잠수함들이 한국 항구에 기항한다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일각에선 오하이오급이 2000년대 들어 한국 항구에 기항한 적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하이오함(SSGN 726)과 미시간함(SSGN 727) 등 2척의 오하이오급이 지난 2008년과 2017년 부산기지에 각각 입항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들 함정은 SLBM이 아니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탑재하는 형태로 개조된 SSGN이었다.

지난 2008년 오하이오함이 처음으로 부산기지를 방문해 언론에 공개됐을 때 필자도 오하이오함 내부에 들어가 볼 기회를 가졌다. 전략 핵잠수함 내부의 언론 공개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이었고 한국 언론 대상은 처음이었다. 오하이오함의 내부는 비좁디 비좁은 한국 해군의 재래식 잠수함에 비해 넓은 공간과 첨단 장비를 자랑했다.

30여㎡ 넓이의 지휘통제 센터에는 20여개의 모니터와 각종 지휘통제통신 장비로 빽빽했다. 지휘통제 센터를 지나자 좁은 복도 옆으로 토마호크 미사일이 실려 있는 직경 2.7m의 거대한 수직 발사관들이 나타났다. 2열로 늘어서 있는 총 24개의 발사관 중 22개에는 각각 7발씩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실려 있다. 총 154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실려 있는 셈이다. 나머지 2개의 발사관은 특수부대 침투용 등으로 쓰인다.

오하이오함에 실려 있는 미사일은 토마호크 중에도 최신형으로 1609㎞ 떨어져 있는 목표물을 족집게처럼 정확히 공격할 수 있고 비행 중에도 목표물을 바꿔서 때릴 수 있다. 당시 오하이오함 함정이었던 앤드루 헤일 대령은 국내외 기자단에 자신 있는 표정으로 “오하이오는 잠수함은 물론 수상 함정(이지스함 포함)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토마호크 크루즈(순항) 미사일을 탑재, 세계 최강의 재래식 타격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6일 오하이오급 전략 핵잠수함의 괌 기항 모습을 공개했다. 미 태평양함대사령부는 이날 ‘메인함’(SSBN 741)이 보급을 위해 태평양 괌 기지에 입항했다면서 사진 4장을 공개했다. 미국이 태평양지역 미 해군기지에 SSBN이 입항한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으로, 워싱턴 선언 때 ‘미 전략 핵잠수함의 한반도 기항’ 발표와 같은 맥락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미국이 북한에 대한 억제력 강화를 위해 전략 핵잠수함 기항에 더해 전략폭격기도 한국에 정기적으로 전개하고 착륙시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9일 보도했다. 케네스 윌스바흐 미군 태평양 공군 사령관은 이날 보도된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미군의 대응 조치로 “우리(미국) 폭격기가 정기적으로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활동하고 아마 한반도에 착륙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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