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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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

공작새 0 22 01.05 00:19
- 글쓴이,  신평 -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

너무 오래 산 탓일까? 요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내가 법조인으로 그리고 헌법학자로 평생 살아온 날들과 유난히 자주 그리고 심각하게 부딪힌다.

왜 한국의 수사기관은 아직 현직 대통령인 분의 손에 수갑을 채우는 광경을 나타내려고 저다지도 광분하는 것일까? 그들의 의도는 공명심일까? 아니면 정파적 이익에의 매몰일까?

일부 법관마저 ‘사회적 축조’(social engineering)의 기능은 삼권분립상 법관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법자제(Judicial Restraint)’의 이론이 세계적으로 지배적 대세임을 무시하고, 나아가 심지어 자의(恣意)적 법의 해석기능이 자신의 손에 주어진 양 오해, 착각하며 수사기관을 부추겼다. 또 대법원은 이 법관의 일탈에 관해 이해하기 어려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내 존경하는 후배이다. 그가 부디 용기를 내어 헝클어진 사법부의 질서를 바로 잡기를 기다린다.

한편 한국의 무수한 언론은 수사기관과 함께 광적인 분위기를 부추기는 선정적인 보도를 멈추지 않는다. 나는 어린 소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60년 넘게 동아일보를 구독해온 사람이지만 요즘은 아침에 그 신문을 펼치는 것에조차 저항감을 느낀다.

많은 법학자 그리고 그중에서도 대부분의 헌법학자들은 비상계엄선포 행위가 내란죄로 되지 않으리라는 의견을 이미 표방하였다. 그러나 수사기관과 언론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직 그들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최고 권력자가 수갑을 찬 모습을 보다 선명하게 현출하려고 기관의 명운을 건 듯한 경쟁을 벌이거나 이를 옆에서 부추기고 있다. 그들의 마음에서 과연 ‘국격’이나 ‘국익’이라는 용어는 사라져 버렸는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이어지고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위원은 내란죄에 관한 부분을, 혼자서 임의로  소추청구에서 뺐다고 한다. 그러나 탄핵심판을 청구한 후 청구의 일부 취하 또는 추가는 소추위원의 독자적인 재량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청구의 취하는 소추자인 국회의 뜻을 따라서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정설이다. 더욱이 내란죄에 관한 부분은 이번 탄핵소추의 본질적 내용이 아닌가! 즉, 국회는 본회의를 다시 열어 의결의 형태로 이에 관한 수권을 소추위원에게 주고 난 다음 소추위원이 헌법재판소에 비로소 그 취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아, 슬픈 일이다! 이처럼 필수적이고 보편타당한 이론과 원칙들이 너무나 쉽게 무시당하고 편법과 일탈이 국가의 중대지사인 탄핵의 전 과정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나는 그래도 살아온 날들이 가지는 무게가 있다. 그래서 습득한 이론과 구체적 현실의 부조화를 그것이 버텨준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 희한한 풍경을 목도하며, 자신이 오래도록 가져온 가치관에 너무나 큰 상처를 입고 하소연을 한다. 나라도 나서서 그들의 아픈 심정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고 싶다. 그러나 시골에 묻혀 사는 나에게는 이런 글을 쓰는 것밖에는 아무런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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