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의 오만방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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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의 오만방자함]

공작새 0 6 00:14
글쓴이, 신평

[판사의 오만방자함]

30년도 더 전에 나는 법관사회의 정풍을 주장한 일로 법원에서 쫓겨났다. 그런 일을 겪긴 했으나 나 역시 판사로 있으며, 솔직히 고백하건대, 돈도 받아먹고, 술대접도 숱하게 받았다. 다만 사건과 직접 연결되는 큰 돈은 물리쳤다는 꾀죄죄한 변명을 할 뿐이다.

그래도 내가 판사로서 잘한 일을 억지로 꼽자면, 먼저 한국의 초등학교 졸업한 정도의 사람이 갖는 문해력으로 충분히 읽을 수 있게 한다는 생각으로 쉬운 판결문을 썼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 기억나는 점은, 영장판사를 하며 쌍방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에는 왜 영장을 발부하는지 혹은 기각하는지에 관하여 나름의 설명을 넣어 작성한 문서를 붙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30년을 훌쩍 지난 지금 현직 대통령을 구속하는 영장을 발부하면서, 더욱이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관심을 끄는 사건이고, 수만 명의 대중이 영장발부를 지켜보는 상황인데도 영장을 발부하는 말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하나마나한 말 한 마디만 달랑 붙였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알 수 없으나, 법관이나 검사는 사실상 치외법권의 지역에 머무르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 왔다. 판사가 아무리 재판을 질질 끌거나-민사단독 2년을 맡은 동안 판결문 단 한 건도 실질적으로 작성하지 않은 판사도 보았다.- 한쪽을 부당하게 편드는 훤히 속 보이는 편향된 판결을 해도 나아가 뇌물을 먹고 판결해도 법관은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법이 없다. 그렇게 마련된 무풍지대 안에서 그들은 국민을 내려다보는 오만방자함을 키워온 것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를 한 차은경 판사는 30년도 더 전에 내가 판사를 하며 세운 직무상의 준칙 따위도 고려하지 않은 채 임의로 영장업무를 처리하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0년이 넘게 세월이 흘렀음에도 법원은 여전히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요컨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법개혁이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뒤떨어진 사법제도이다. 공정한 수사와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기 위하여 우리의 사법시스템은 고쳐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오랫동안 OECD 37개국 중 국민의 사법신뢰도에서 한국이 가장 밑바닥인 것은 바로 후진적인 사법제도의 탓이다.

마지막으로 검찰의 수사에 대한 기대를 희미하게나마 가진다. 대부분의 법학자들이 이번의 비상계엄조치는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는 견해를 수용해 주기를 바란다. 그 수용은 바로 윤 대통령의 석방을 의미한다. 시대를 이끌어가는 용기와 지혜가 검찰청 안에서 분출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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