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우리"]

글쓴이: 신평 (공정세상연구소)이사장
[‘나’와 ‘우리’]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에 확고한 거부 자세를 취하자 보수의 진영에서 분노의 물결이 일어난다. 거기에다 한동훈은 선거지원 유세를 한답시고 거리에 나와서는 엉뚱하게 자신의 정치적 은인인 윤석열 전 대통령 내외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열변을 토하기에 바쁘다. 며칠 전에는 홍준표가 수십 년간에 걸쳐 자신이 찬란한 정치적 업적을 쌓게끔 해준 당을 욕하며,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으로 되는 정부에서 국무총리 자리를 맡고 싶은 욕심을 나타내다가 워낙 비판이 심하자 고개를 숙였다.
사람을 평가하려면 그가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느냐를 보면 된다. 평생 ‘나’만을 위하여 살아온 사람에게 갑자기 그가 ‘우리’라는 공동체를 위하여 헌신과 희생을 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홍준표는 한동훈을 한마디로 정리하여, 나밖에 모르는 ‘나르시시스트’라고 표현한 일이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한동훈, 이준석, 홍준표 세 사람 모두 그 정도가 심한 ‘나르시시스트’가 아닐까. 그 징표는 그들이 지금까지 지나온 과거의 궤적에 숱하게 깔려있다.
홍준표와 여러 가지로 대척점에 있는 사람을 꼽을라치면, 김부겸 전 총리가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그로부터 직접 김부겸을 새 정부의 초대 총리로 하고 싶다는 뜻을 확인하고, 또 그후의 개각과정에서 다시 그 말이 나오는 것을 듣고, 나는 김부겸에게 그때마다 그 제의를 받아들여 주면 우리 사회를 위하여 큰 긍정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권유하였다. 그러나 김부겸은 나에게 거듭 이렇게 단호한 어조로 말하였다. “형님, 제가 윤 정부의 국무총리를 맡는 것은 절대 저 혼자 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속한 당의 승인이 나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 제의는 저에게 할 것이 아니라 민주당에 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김부겸은 이번에 민주당이나 나라의 앞길이 불투명해지는 것을 염려하여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뜻을 내었다. 그러나 일단 이재명 쪽으로 결정나자 깨끗이 승복하고, 나아가서 대선승리를 위해 적극 나서서 이재명 후보를 돕고 있다. 김부겸이 이렇게 ‘우리’를 우선시키는 자세는 홍준표, 한동훈, 이준석의 그것과 너무나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것이 아닌가!
조금 더 나아가서 말을 하자면, 이재명 후보가 그동안 적지 않은 잘못을 저지르고 또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경우 급속히 나라의 정체성이 바뀌어 전체주의 속성을 진하게 띌 것이라고 하는 불길한 예측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그의 당선을 저지하려는 대열에 줄 서있다. 하지만 그는 일생을 통해 부당한 기득권질서를 타파하여 ‘우리’의 공동체를 획기적으로 바꾸어보겠다는 열의를 불태우며 살아왔다. 그리고 이를 위해 그 휘하에 많은 인재들을 육성하며 고락을 함께 하여 왔다. 이 점에서 그는 한국 정치사상 거의 독보적 존재로 빛난다.
전반적으로 보수의 쪽에서는 어디까지나 ‘나’의 이익에 집착하는 인사들이 주류를 이루며 좀처럼 단합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 일선의 선거운동을 책임지는 국회의원들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처삼촌 묘 벌초’하듯 건성으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봉숭아학당’이다. 이에 반해 진보진영에서는 그들이 항용 해온 것처럼 ‘우리’를 의식하며 하나로 똘똘 뭉쳐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일선의 풀뿌리 조직들이 가진, 이 후보를 꼭 당선시켜야 한다는 열성에는 진정성이 피어오른다.
다행히 김문수 후보와 그의 아내 설난영 여사는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아름답고 영롱한 젊은 날을 오롯이 ‘우리’를 위하여 바친 거룩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김 후보의 긴 공직수행 과정에서 어디 한 번 잡음이 있었던가. 그리고 그는 얼마나 찬란한 업적을 쌓아왔던가. ‘청백리’에 ‘행정의 달인’인 그는 사실 우리 국민이, 그리고 우리의 역사가 목마르게 기다려왔던 인물이다. 부디 그가 대통령이 되어 개방과 자유, 포용과 통합의 쪽으로 나라의 방향을 바로잡아 나가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