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환희와 아쉬움' 공존한 누리호 발사…한국 우주산업이 가야할 길은
입력2021.10.23. 오전 7:00
유준상 기자
전문가 "누리호 성과 자축할 때 아냐"
中·日, 실용위성 궤도 안착 이미 성공
"선진국 지위 맞게 개발투자 이뤄져야"
데일리안 = 유준상 기자] 지난 21일 엄청난 화염을 내뿜으며 '누리호'가 지상을 박차고 하늘로 솟아소르자 국민은 환희와 흥분을 쏟아냈다. 아쉽게도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는 최종 작업은 실패했지만 발사 관제로부터 이륙, 로켓 분리, 페어링 분리, 위성모사체 분리까지 완벽하게 이뤄지면서 한국이 우주발사체 기술력을 보유했음을 전세계에 보여줬다. 정부도 '미완의 성공'이라며 훗날을 기약하는 후한 평가를 내렸다.
자력으로 개발한 우주발사체를 통해 인공위성을 우주공간 궤도에 안착시킨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 11개국이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렸는데 이중 1t급 이상 실용위성을 궤도에 올린 곳은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인도, 중국, 일본 등 6개국에 불과하다. 누리호가 위성 궤도 안착에 성공했다면 7번째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셈이다.
누리호는 순수 한국의 독자적 기술로 개발·발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약 12년간 진행된 누리호 개발에는 국내 300여 개 기업, 500여 명이 참여했다. 전제 사업비로 약 2조원이 투입됐는데 이중 75%인 1조5000억원은 참여 기업에 쓰였다. 누리호 개발을 통해 우주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관련 기업의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역대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누리호 체계 총조립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맡았고 엔진 총조립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시행했다. 체계종합은 유콘시스템, 카프마이크로 등 6곳, 추진기관·엔진은 에스엔에이치, 비츠로넥스텍 등 9곳, 구조체는 두원중공업, 에스앤케이항공 등 9곳, 유도 제어·전자 7곳, 열·공력는 한양이엔지, 지브이엔지니어링 등 3곳 등 주력 개발 분야 참여 기업만 30여 곳에 달한다.
누리호를 쏘아올린 발사대도 순수 국산이다.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내 한국형 발사체 발사대(제2발사대)는 현대중공업이 총괄해 2016년부터 올해 3월까지 약 4년 6개월에 걸쳐 건립됐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 우리나라 최초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I)' 발사대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경험을 바탕으로 누리호 발사대도 수주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궤도 안착 실패로) 아쉬움을 남겼긴 하지만 국내 독자개발 발사체의 첫 비행 시험으로서 주요 발사 단계를 모두 이행하고 핵심기술을 확보했음을 확인하는 의의를 남겼다"며 "특히 1단과 2단, 페어링, 2단과 3단의 성공적 분리와 점화를 통해 단분리 기술을 확보한 점이 소기의 성과라 할 수 있으며 이는 국내에 상당 수준의 발사체 기술력이 축적됐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개도국' 중국, 상업위성 발사 능수능란…정부, 우주산업 과감히 투자해야
한국의 국가 위상에 비해 우주산업 분야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냉정한 진단도 나온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난 7월 2일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그룹'으로 변경했다. UNCTAD가 1964년 설립된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하지만 같은 선진국 대열이나 이웃국가에 비해 우주산업 투자와 기술력이 낙후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아시아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은 누리호가 실패했던 인공위성의 궤도 안착을 일찍이 성공했다. 중국은 1970년대 창정 1호로 최초 자국 인공위성 둥팡훙 1호를 쏘아 올렸고 창정2호는 2단 운반 로켓으로 2.4t 무게를 200~400㎞ 근접 궤도까지 보낼 기술력을 갖췄다. 지난해에만 8번 상업용 인공위성을 발사를 했고 이 가운데 7번을 성공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 비해 일본은 약 5배, 중국은 약 12배 우주개발 투자액을 쏟아붓고 있다. GDP 대비 우주산업 예산규모를 비교해봐도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우주산업 예산규모는 202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0.04%를 차지하는데 이는 미국, 영국 등 주요국에 비해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2020년을 기준으로 우주개발에 가장 많은 예산을 지출한 국가는 미국으로 GDP 대비 0.21%의 예산을 지출했다.
특히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예산은 전년 대비 5.9%p 상승했음에도 우주 탐사 및 우주생태계 조성 부문 예산은 감소했으며 전체 R&D 예산 대비 우주 관련 예산은 2016년부터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국제 우주협력과 민간 우주산업 경쟁에 우리나라 역시 핵심 주체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공공·민간의 우주 관련 기술 개발 및 연구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객관적으로 민간투자와 기술수준도 사실상 저조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민간기업 우주투자 R&D 규모는 하위 수준이며 항공우주 기술도 낮은 수준이다. OECD 통계(2018년)에 의하면 민간 우주산업 R&D 투자규모는 미국이 264억 달러, 프랑스 34억 달러, 영국 24억 달러, 독일 20억 달러, 일본 8억 달러 수준이지만 한국은 일본의 절반 수준인 4억 달러로 가장 낮았다.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를 보면, 기술수준 역시 미국을 100이라고 보았을 때 중국(89), 일본(86), 한국(60) 순으로 최하위 수준이다.
누리호 발사는 괄목할 만한 성과이지만 그렇다고 한국이 우주산업 분야에 안주해야 할 명분이 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 우주산업 규모는 1조4000억 달러까지 확대되며 우주개발을 통해 이동통신, 우주여행, 광물탐사 등 사업이 확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달 표면에 최소 100만t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희소자원 '헬륨-3'을 통해 인류가 약 1만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헬륨-3 1t을 핵융합하면 석유 1400만t, 석탄 4000만t과 맞먹는 효율을 낸다.
이러한 뉴스페이스 흐름으로 전 세계 우주산업에 투자되는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1700여 개 기업에서 약 275조 원이 투자됐으며 2021년 투자액이 약 1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47%가 미국, 30%가 중국 우주기업에 의해 투자됐으며 영국, 싱가포르, 인도, 인도네시아 기업이 3~5%를 차지한다.
한 우주산업 전문가는 "국제 우주협력과 민간 우주산업 경쟁에 우리나라 역시 핵심 주체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공공·민간의 우주 관련 기술 개발 및 연구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도 우주산업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시장경쟁을 통한 기술력 축적과 비용 절감이 필요한다"고 조언했다.
유준상 기자 (
lostem_bass@daum.net)